집에서 믹스한 곡을 차나 이어폰으로 들어보면, 저음이 갑자기 과하게 느껴진 적이 있을 것이다. 모니터 스피커가 나빠서가 아니라, 모니터가 놓인 자리 때문인 경우가 많다. 스피커는 벽에 가까울수록 저음이 부풀려 들리기 때문이다. 모니터를 바꾸기 전에, 먼저 자리부터 점검해 보자.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벽에서 떼기, 좌우 대칭 맞추기, 코너 피하기다.
벽이 저음을 키우는 이유
저음은 방향성이 약해서 사방으로 퍼진다. 그래서 스피커 뒤쪽 벽에 부딪혀 돌아온 저음이 원래 소리와 더해진다. 벽에 가까울수록 이 더해짐이 커지고, 믹스 자리에서는 실제보다 저음이 두텁게 들린다.
- 벽에 바짝 붙이면 저음이 전반적으로 부풀려 들린다. 믹스에서 저음을 줄이게 되고, 다른 곳에서는 반대로 저음이 빈약하게 들린다.
- 특정 저음만 유난히 울리는 경우도 있다. 벽까지의 거리에 따라 더해지거나 빠지는 주파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 코너는 가장 심하다. 벽 두 개와 바닥까지 만나 저음이 겹겹이 더해진다. 코너 배치는 되도록 피한다.
거리 기준, 숫자로 정리하면
- 전면 벽에서는 최소 30cm 이상 떼어 놓는다. 여유가 되면 60cm 이상이 안정적이다.
- 코너에서는 최소 1m 이상 떨어뜨리거나, 아예 코너 배치를 피한다.
- 후면 포트가 있는 스피커는 벽에 더 민감하다. 뒤쪽에 구멍이 뚫린 모델이라면 거리 여유를 조금 더 둔다.
- 방이 좁아 60cm 확보가 어려우면, 30cm라도 확보하고 코너만은 피우는 것을 우선한다. 완벽한 거리보다 코너 회피가 먼저다.
좌우 대칭을 맞추는 방법
거리만큼 중요한 것이 좌우 대칭이다. 양쪽 스피커가 서로 다른 벽 환경에 있으면 스테레오 이미지와 저음 균형이 함께 틀어진다.
- 왼쪽 스피커와 오른쪽 스피커의 벽까지 거리를 같게 맞춘다.
- 한쪽만 창가나 코너, 붙박이장 옆에 두지 않는다. 부득이하면 반대쪽도 비슷한 조건으로 맞추는 편이 낫다.
- 트위터 높이를 귀 높이에 맞추고, 두 스피커와 듣는 위치가 정삼각형에 가깝게 잡는다.
- 책상 표면 반사가 거슬리면 스피커를 책상 가장자리 쪽으로 내밀고, 패드나 스탠드로 각도를 살짝 조정한다.
배치하고 나서 확인하는 순서
- 잘 아는 레퍼런스 곡 2~3곡으로만 비교한다. 처음 듣는 곡으로는 자리 변화를 판단하기 어렵다.
- 위치를 옮긴 직후 바로 판단하지 않는다. 귀가 새 소리에 적응할 시간을 두고, 같은 곡을 반복해 들어본다.
- 저음이 과하다고 느껴져도 EQ로 깎기 전에 배치를 먼저 손본다. 자리 문제에 EQ를 덧대면 다른 재생 환경에서 어긋나기 쉽다.
- 방 음향 제품을 사기 전에도 배치와 대칭부터 정리한다. 자리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는 흡음재 효과를 제대로 가늠하기 어렵다.
방이 작을 때의 타협안
- 벽에서 떼기가 어려우면 전면 포트 모델이나 작은 우퍼가 다루기 쉽다.
- 볼륨을 낮추면 벽 반사의 영향도 함께 줄어든다. 작은 방에서는 큰 소리보다 적당한 볼륨이 판단에 유리하다.
- 저음 판단이 애매할 때는 헤드폰과 번갈아 확인한다. 어느 한쪽만 믿기보다 두 환경에서 겹치는 부분에 기대는 것이 안전하다.
자주 하는 실수
- 벽에 바짝 붙이고 믹스에서 저음을 줄여 버리기. 다른 곳에서는 저음이 빈약하게 들린다.
- 코너에 스피커를 두고 볼륨으로 해결하려 하기. 볼륨은 저음의 양만 키울 뿐, 부푼 성질을 고치지 못한다.
- 한쪽 스피커만 옮기고 스테레오가 틀어진 줄 모르기. 옮길 때는 항상 양쪽을 함께, 대칭을 유지하면서 옮긴다.
정리하면, 벽에서 30cm 이상, 여유되면 60cm 이상 떼고, 코너를 피하고, 좌우 대칭을 맞추는 것만으로 믹스 자리의 저음은 훨씬 솔직해진다. 모니터를 바꾸기 전에 자리부터 바꿔 보자. 비용이 들지 않는 가장 확실한 음향 개선이다.